송창영 광주대 교수, 건물 구조와 공사 과정 모두 문제 '지적'
"공기단축 위해 골조공사와 설비공사 함께 진행하며 화 불러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광주 소방본부 드론 영상 갈무리)2022.1.13/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을 둘러본 안전전문가의 사고원인 분석 역시 '빨리빨리 공사'가 가져온 인재였다는 지적이다.

안전전문가인 송창영 광주대 교수(건축공학과)는 13일 붕괴사고의 원인과 관련해 바닥 슬래브를 지탱해주는 수직부재 부족이라는 설계상 문제, 동절기 공사에 따른 콘크트리트 강도 부족 무시, 여기에 골조공사와 후속공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무리한 속도전이 대형 참사를 불렀다고 분석했다.

전날 사고 현장을 직접 둘러본 송 교수는 일단 거실 바닥 슬래브를 지탱해주는 수직부재가 너무 부족했다는 설계상의 문제를 꼽았다.

송 교수는 "설계도면을 보면 아파트 거실 바닥 슬래브를 지탱해주는 수직부재가 너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외부 경관을 중시하다보니 아무래도 창을 넓게 쓰고 싶은 생각에 외벽과 접한 바닥슬래브를 지탱해주는 기둥이나 벽의 수직부재가 너무 부족했다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

송 교수는 이를 '불안전한 설계도면'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거실 바닥 슬래브의 철근이 어디에는 정착을 해야 하고, 결정적으로 외지에 접한 벽체가 받춰져야 했지만 동절기라 벽체 콘크리트 강도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기단축을 위해 골조공사와 설비공사가 거의 동시에 진행되는 등 무리하게 공정속도를 높인 것도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바닥슬래브 하부에 동바리(공사현장에서 바닥을 받쳐주는 철제 기둥)를 받치는데 동바리 철거시기가 너무 빨랐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사고현장은 공정을 단축하기 위해 후속공정이 바로 뒤따라 왔다"면서 "이른바 패스트트랙으로 동시에 공사를 진행하면서 화를 불렀다"고 말했다.

사고의 직접적인 시작점인 39층에서 골조공사를 진행하면서 아래층서는 창호공사와 설비공사가 진행됐고, 이들 작업은 넓은 작업공간 확보가 필요해 바닥슬래브를 지탱해주는 철제 동바리를 조기에 해체했을 가능성 높다고 봤다.

송 교수는 "동절기 공사 특성상 콘크리트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철제 동바리를 오히려 더 오랫동안 유지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이는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다"고 비판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콘크리트 타설 과정이나 양생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12일 공식적으로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송 교수는 "공학적으로 봤을 때 설득력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송 교수는 "겨울철 양생작업은 온풍기를 돌리거나 고체연료를 태워서 보통 3개층에 걸쳐서 하는데 아무래도 건물 안쪽은 잘 마르더라도 외부와 접한 벽면은 잘 마르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외부와 접한 벽면은 충분히 마르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한 채 공정에 속도를 냈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1군 건설업체의 현장 관리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