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식 불법 재하도급과 적법한 안전지침을 지키지 않은 날림공사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붕괴참사가 2주기를 맞았다.

사고 뒤 건설현장에서는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최근 3년간 광주·전남에서 751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건설현장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상황이다.

희생자 추모 공간 건립과 책임 소재 공방 또한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이다.





◇건설현장 안전사고는 여전히 도돌이표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지역에서는 지난 2021년 6월9일 오후 4시22분쯤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삽시간에 무너져 내리면서 바로 옆 도로 승강장에 정차중이던 시내버스가 매몰됐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17명 중 9명이 사망하고 8명은 중상을 입었다.

철거는 현대산업개발로부터 하청에 이면계약, 재하청을 거치며 공사비가 점차 줄어들었고, 참사의 직접 원인이 된 날림공사로 이어졌다.

학동 참사 2년이 지났지만 광주·전남의 각종 건설현장에서는 안전사고가 아직도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국토안전관리원이 발표한 건설안전사고 발생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21년부터 올해 3월말까지 광주·전남 건설현장에서는 총 730건의 안전사고가 벌어졌다.

이 가운데 노동자 49명이 숨지고 702명이 부상을 입는 등 75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광주의 경우 지난해 화정동 붕괴참사를 포함해 117건의 건설현장 안전사고가 벌어져 8명이 숨지고 115명이 부상을 입었다.

올해 1~3월에도 27건의 사고가 잇따라 1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

지난 2021년 6월 학동참사를 비롯한 125건의 사고로 140명(사망 16명·부상 124명)의 사상자가 나와 건설현장의 '안전불감증'과 '안전 외면' 문제가 전국 사안으로 대두됐지만 비슷한 사고는 계속된 것이다.

전남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21년에만 248건의 건설현장 사고가 나 249명(사망 12명·부상 237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지난해에도 172건의 사고로 172명(사망 9명·부상 163명)의 근로자가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원청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하도급 업체들을 마른 수건 쥐어짜듯 속도, 시간면에서 압박한다"며 "건설현장 생태계 자체가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태가 없어져야만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며 "건설 현장에 많아지는 고령자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교육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상 민주노총 건설노조 광주본부 조직국장은 "현장의 안전조치만 강화한다고 해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게 아니다"며 "광주에서 연이어 발생한 학동과 화정동 참사의 형태는 다르지만 방식은 흡사하다. 고질적인 건설현장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 발주와 설계 단계에서부터 안전한 시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채택하게 해야한다. 이후 기간과 비용을 산정해 공사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해야 안전하게 공사할 수 있다"며 "이러한 내용을 담은 건설안전특별법이 현재 계류중인 만큼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희생자 추모공간·책임 소재 공방 2년째 제자리걸음

재개발 구역 내 철거공사는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으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 조성은 2년째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추모공간 조성에는 공감대가 모였지만 장소 선정에 의견 충돌이 빚어지면서다.





당초 유가족들은 사고 발생 장소인 조합 내 부지 쪽에 추모 공간 조성을 추진했다.

반면 조합 측은 부지 내 추모 공간 조성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조합원들 85% 이상이 제3의 장소를 선택했다'는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에 재개발 부지 내 공간 조성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에서다.

최근 유가족과 조합은 참사가 발생한 버스정류장 인근에 추모 공간을 조성하는 방향을 논의했다.

방식은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추모 비석이나 보도블록 위에 사고 날짜와 희생자 등을 알리는 문구를 남기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작은 공원을 별도로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부지가 확정돼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동구 관계자는 "부지가 확정되면 세부적인 조성 내용 등을 세울 방침이다"며 "아직은 구체화된 내용이 없어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추모공간 부지가 확정되면 부지와 조성 비용은 사업자인 현대산업개발 측에서 부담한다.

붕괴 사고와 관련된 책임소재 공방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업무상 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건축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사 관계자 7명 등은 지난해 9월 최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에서 최대 징역 3년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곧장 항소절차를 거쳤고 현재까지 증인심문 절차 등을 거치며 붕괴 참사 책임소재 등에 대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다음 항소심 재판은 오는 15일 광주고법에서 열린다.



◇안전의식 고취하는 추모식 9일 예정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참사 2주기를 맞아 현장에서는 추모행사가 열린다.

9일 오후 4시20분 학동 참사 현장에서 열리는 추모식에는 유가족과 광주시, 동구 관계자, 시민 추모객 등 100여명이 참석한다.

추모식은 개회선언과 묵념, 감사패 전달, 헌화, 추모사, 애도의 시간 순으로 진행된다.

사고 발생 시간인 오후 4시22분에는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한다. 이후 당시 희생자와 부상자 등을 구조한 소방구조대원에게 유가족이 감사패를 전달한다.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참사시민대책위원회는 추모식 하루 전 성명을 내고 "참사 책임자들은 재판에서 벌금형 처분을 받고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도 미뤄지고 있다"며 "안전한 사회를 위한 초석을 만들고자 했던 바람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광주 공동체는 참사의 참혹한 슬픔을 잊지 않고 안전한 광주공동체 건설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뉴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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