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거버넌스 중심의 광주형 안전관리 


#송창영 #광주대건축공학과


송창영 

광주시 범시민재난안전추진단 위원장

최근 사회 전반에서 회자되고 있는 화두는 안전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은 국민의 안전한 삶을 위하여 지역안전지수를 도입하여 지자체의 안전수준을 7개(화재, 교통사고, 자연재해, 범죄, 안전사고, 자살, 감염병) 분야로 상대적 등급을 나누어 공표하고 있다.

광주시의 2018년 지역안전지수를 보면 교통 분야와 감염병, 자연재해 분야 등에서 낮은 등급을 받았다. 지역안전지수가 대상 지역의 안전수준을 모두 반영했다고 할 수는 없으며, 등급이 높은 지역이라고 해서 시민들이 더 안전하게 느낀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등급을 나타내는 지표가 낮게 나온 것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광주시의 안전수준을 올리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지역안전지수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도시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는 광주시의 역사와 문화, 시민의 의식 등을 고려한 광주형 안전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광주시는 5·18 민주화운동을 비롯하여 광주학생항일운동, 호남 의병 정신 등 일반인의 참여로 이루어진 역사가 있으며, 현재도 시민들의 많은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광주시에 가장 특화된 광주형 안전관리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민관 거버넌스의 확립을 들 수 있다.

정부는 중대 재난·재해의 컨트롤 타워는 청와대라고 공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앙부처가 대한민국 전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재난에 직접 대응할 수는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가장 빨리 대응해야 하는 기관은 바로 지자체이다. 지자체는 국민의 가장 가까이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 가장 작은 정부이며,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재난 현장을 가장 잘 알고, 가장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조직이다.

지자체와 함께 또 다른 대안은 재난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원군인 시민 거버넌스를 들 수 있다. 재난이란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공공기관의 능력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간 부분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 구마모토현의 경우 지역사회의 주민 조직인 쵸나카이(町內會)는 자주 방재 활동이나 재해대응과 같은 역할 수행하고 있으며, 이는 행정 분야와의 접점이 되어 파트너 형태로 수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광주광역시에서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재난 안전 분야 시민단체와 공사·공단, 각종 운송사업조합 등으로 구성된 ‘범시민재난안전추진단’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는 자조(自助), 공조(共助), 공조(公助)라는 개념이 있다.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지키고 나서야 그 후에 주변 사람을 돕는 공조(共助)와 나라의 도움을 기대하는 공조(公助)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에서 지진이라는 극단적으로 짧은 시간에 발생하는 재난 특성상 도입된 개념이지만 여기서 재난 상황에서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길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6천4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1995년 한신·이와지 대지진의 경우 매몰되거나 갇혀있던 사람 중 90% 이상은 본인, 가족, 친구, 이웃 등이 구출했고, 구조대가 구출한 사람은 1.7%에 불과했다는 조사도 있다. 이것은 국민이 국가에만 안전을 의지하는 응석받이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안전에 대한 보장은 일단 우리 스스로가 자조를 통해 자신의 안전을 지킨 후에서나 바랄 수 있는 것이다.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은 농촌계몽운동을 위하여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그 뜻을 굽히지 않고 의지를 이어나간다. 6-70년대 학생운동 시절 대학생들은 일신방직에 위장취업 하면서까지 시민운동을 전개했다. 광주시 곳곳에 스며있는 범시민재난안전추진단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진정성과 재난에 대한 전문성을 150만 광주 시민에게 전파하는 선봉대가 돼야 한다. 광주시민 속으로 재난 안전에 대한 의식과 인식이 가슴속에 새겨져 150만 광주시민 스스로 재난 안전에 대한 진정성을 가져야 하며, 민간단체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안전문화를 확산하고 지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출처 광주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