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의 안전문제

 

20141017일 경기도 성남 판교의 공연장 인근 환풍구가 무너져 내려 16명 사망, 11명 부상이라는 인명손실을 초래한 지역축제의 안전에 경종을 울리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문제는 지역축제 중에 일어난 안전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것이다. 2005103일 경북 상주에서 열린 상주 자전거 축제에서는 당시 MBC가 주최한 가요콘서트에 입장하던 관객들이 일시에 몰려 11명이 압사하고 70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발생했었다. 또한 200929일 경남 창녕에서 열린 화왕산 억새 태우기 축제도중에는 돌풍으로 인해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 산불로 6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발생하여 해당 지역축제가 6회 만에 폐지되기도 하였다. 모두 지역축제에 대한 안전관리의 소홀이 부른 인재(人災)였다.

 

국민안전처(구 소방방재청)‘2013 소방방재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에 17개의 시·도에서 937건의 지역축제가 개최된 것으로 잠정집계 되었고, 축제에 참가한 관광객은 전체 국민과 맞먹는 54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40개의 문화관광축제는 적게는 10~30만 명, 많게는 100만 명 이상이 운집하는 메가 이벤트로 안전사고의 사각지대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사고 위험성이 높은 레포츠와 불꽃놀이 등이 축제 영역에 진입하면서 익사와 화재 등 안전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 장소에서 사고의 위험성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지역축제는 너무 많은 안전사고 위험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대부분의 축제장소가 임시시설이기 때문에 전기, 가스 등을 이곳저곳에서 끌어와 기본적인 화재의 위험성이 늘 존재한다. 무대와 조명탑을 비롯한 구조물도 와이어 등을 사용하여 일시적으로 고정해 놓은 것들이라 와이어가 끊어지거나 붕괴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 또한 인파가 몰리는 축제 장소에 화재와 같은 재난이 발생하여도 소방차량이 사고발생장소로 신속히 접근할 수 있는 소방출동로가 관광객의 차량 등에 막혀있어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존재한다. 모두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재난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국민안전처(구 소방방재청)에서 안전요원 배치나 비상구 설치 등을 규정한 현행 지역축제장 안전관리매뉴얼은 순간 최대 관람객 수가 3,000명 이상이거나 개최장소가 산·수면, 사용재료가 불·폭죽·석유류·가연성·가스 등의 폭발성 물질로 사고 위험이 있는 지역축제만을 적용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공연행사에 있어서도 실내공연이나 3,000명 이상이 모이는 야외행사만을 대상으로 정하고 있어 3,000명 이하가 참석하는 지역축제나 야외공연은 안전과 관련해 지켜야 할 아무런 규정이 없는 셈이다. 대형공연은 그나마 안전에 대한 인식이 나은 편이다. 700명이 몰려 16명의 사망자를 낸 이번 판교 테크노벨리 축제같은 소규모 공연은 안전관리에 사실상 무방비한 상태이다. 소규모의 야외공연이나 지역축제에는 주최 측이나 관련 당국이 지켜야 하는 안전관리매뉴얼도 없다는 사실이 이번 판교사고로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늘어만 가는 위험요소와 허술한 안전규제 속에서 재난으로부터 자유로운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축제의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개선과 구성원의 안전의식 향상이라는 양 방향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로, 제도적인 측면의 개선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현재 지역축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개최 지역의 홍보효과의 극대화와 이윤창출을 우선목표로 하는 주최 측 중심의 축제에서 관람객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참가자 중심의 축제로 변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축제 행사장의 위치 선정, 개최시기 검토, 소방서 및 경찰서 등 안전관리 유관기관의 사전점검, 관람객 입장 시 출입통제 및 동선관리, 행사 진행 중 안전조치, 사고 발생 시 대책 등에 대한 매뉴얼을 참가자 중심으로 축제규모에 맞게 세분화하고 체계화하여야 한다. 현재 공연행사의 주의의무의 근거를 살펴보면 지역축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 66조의 9(지역축제 개최 시 안전관리 조치)에 근거하여 국민안전처(구 소방방재청)가 제정한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에서, 공연행사는 공연법 제 11(재해예방조치)에 근거하여 문화관광부에서 제정한 공연행사장 안전관리 매뉴얼에서 그 안전관리 범위와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예상관객이 3천명 이상일 경우에는 지역축제는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공연행사는 재해대책계획을 수립하여 적정절차의 심의를 거쳐 행사 등을 진행해야 한다. 예상관객이 3천명 미만일 때는 매뉴얼 상의 규정은 없지만 지역축제의 경우는 예상관객수와 무관하게 개최장소, 사용재료 등에 따라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을 세분화하고 체계화하여 주의의무 근거를 명확히 지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판교 테크노벨리 축제와 같이 펜스 등을 설치하지 않은 공원이나 광장 등의 야외행사장에서 공연 시에는 행사장의 범위를 행사장 내부뿐만 아니라 재해대책계획상의 안전관리구역의 범위로 확장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지역축제의 경우에도 신고 된 최대 예상 관객 수뿐만 아니라 행사의 성격을 토대로 하여 안전관리계획을 반영하여 행사장의 범위를 재산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행사진행요원 및 안전관리요원에 대한 교육과 훈련 역시 무대를 중심으로 한 안전관리와 무대 밖 관중을 대상으로 한 안전관리로 구분하여 사고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축제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기관을 신설하여 안전성이 인증 된 축제를 선정하고 국가 차원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보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봐야한다. 판교 환풍구 추락참사 같은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지역축제 안전제도의 시스템적인 재구성이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로, 국민의 안전의식 향상을 위한 정부차원의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여야한다. 다수의 인원이 참가하는 지역축제의 안전관리는 주최 측의 철저한 안전점검과 법규 준수가 필수 요건이지만, 참가자들 역시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가 지킨다는 높은 안전의식을 가져야만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우리는 판교 환풍구 추락참사나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부족하다는 표현 대신에 흔히들 사회가 안전불감증에 빠졌다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여기서 안전불감증이라는 용어는 위험불감증으로 바꿔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안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나 판교 통풍구 추락사고 모두 선박의 노후화나 통풍구의 구조적 취약함 등의 물리적 원인도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고에 결정적인 역할을 미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위험불감증이라고 볼 수 있다. ‘차량을 한 쪽만 고박해도 괜찮겠지’, ‘다들 올라가는데 통풍구 위에 올라가서 봐도 괜찮겠지하는 위험불감증이 대형 참사를 일으킨 것이다.

 

판교 환풍구 추락참사 이후 지역축제나 공연장에서는 수시로 방송되는 안전관련 안내 방송과 함께 곳곳에 안전요원들이 배치되는 등의 달라진 모습이 보이고 있다. 또한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를 접하는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 역시 변하고 있다. 국민들은 희생자들을 애도하면서도 이제는 우리의 위험불감증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이런 국민적인 움직임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민들이 주변의 위험상황에 민감해지고 안전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는 이 시기에 정부차원의 국민안전교육에 관한 정책수립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철을 가공하기 위해서는 빨갛게 달아올랐을 때를 놓치지 말고 때려야하는 것처럼, 안전선진국이라는 조형물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필요성이 고조된 이 때 집중적인 안전교육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