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를 통해 돌아본 우리 사회의 위험 불감증

 

세월호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20141017일 오후 550분경에는 판교의 공연장 인근 환풍구가 무너져 내리며 16명 사망, 11명 부상이라는 인명손실을 초래하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지 정확히 6개월 만의 참사였다.

20141020일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수행한 안전의식 실태와 정책 과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안전의식은 100점 만점의 17점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새벽에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에서 교통신호를 준수하는가?’, ‘승용차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는가?’ 등의 기본적인 안전규칙 준수의식이나 심폐소생술 관련 실습교육 경험 여부가 있는가?’, ‘지하철에 설치되어있는 심장 제세동기 사용법을 알고 있는가?’ 와 같은 안전교육수준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로, 2007년 조사결과인 30.3점과 비교해 우리의 안전의식이 오히려 전보다 퇴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사회가 과거보다 발전되어 재난에 대한 대비를 과학이 대신 해결해 줄 것으로 과신하는 경향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되었다. 하지만 안전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과거보다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우리 사회의 위험 요소는 더 커지고 복잡해진 반면 시설은 낡고 노후 됐기 때문이다.”라고 우려 섞인 경고를 보내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흔히들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부족하다는 표현 대신 사회가 안전불감증에 빠졌다는 말을 주로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여기서 안전불감증이라는 용어는 위험불감증으로 바꿔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안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나 판교 통풍구 추락사고 모두 선박의 노후화나 통풍구의 구조적 취약함 등의 물리적 원인도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위험불감증이라고 볼 수 있다. ‘차량을 한 쪽만 고박(결박)해도 괜찮겠지’, ‘다들 올라가는데 통풍구 위에 올라가서 봐도 괜찮겠지하는 위험불감증이 전례 없는 참사를 일으킨 것이다.

 

비록 사후약방문 격이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에 대한 안전 규제가 한층 강화되었다. 과거에는 선박의 탑승으로부터 도착까지 10분여밖에 안 걸리던 가까운 섬까지의 운행시간도 이제는 30분을 훌쩍 넘기게 되었다. 승객 소유의 차량을 선박에 고박(결박)하는데 적용하는 기준이 예전에는 편의 위주였다면 이제는 철저한 원칙위주의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된 여건에 선박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길어진 대기시간에 불편을 느끼고 선박을 운영하는 선주들 역시 줄어든 소득에 불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다지는 데 초기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많은 불편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불편은 익숙해지면서 원칙으로 인식되어지고, 많은 예산투입은 시간이 지나면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예산투입으로 예산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순환적인 형태로 되돌아오게 된다. 국민들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전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서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는 안전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이런 변화를 가능케 할 것이다.

 

최근 발생한 판교 공연장 환풍구 붕괴 사고 이후에 서울 강남구청엔 이전까지 한 번도 접수된 적 없는 종류의 민원이 하루에 4건 이상 접수된다고 한다. “아파트 환풍구 철제 덮개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요.”, “환풍구 덮개가 흔들려요.”라며 점검해 달라는 민원들이다. 이런 변화는 판교 사고 이후 국민들이 주변의 위험상황에 민감해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환풍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같은 시설물 전체의 안전에 대해서도 다시 살피자는 안전에 대한 국민적 각성의 움직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이런 국민적인 움직임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민들이 주변의 위험상황에 민감해지고 안전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는 이 시기에 정부차원의 국민안전교육에 관한 정책수립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철을 가공하기 위해서는 빨갛게 달아올랐을 때를 놓치지 말고 때려야하는 것처럼, 안전선진국이라는 조형물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필요성이 고조된 이 때 집중적인 안전교육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