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큰 가뭄을 겪은 적이 있었다. 소방차가 동원되어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농작물은 타들어 갔으며, 무더운 날씨로 인해 공부하기도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수업을 하던 중 잠깐 동안 소나기가 왔다갔으며, 그때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가! 소방차로 아무리 물을 뿌리더라도 할 수 없는 일을 단 몇 분간의 비가 해결해 주지 않았는가!” 그 당시에는 이 말씀이 정말 공감가고 비를 내려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자연이 더없이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하여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고, 가뭄이 지속되는 한편, 어느 순간에는 폭우로 인해 건물이 침수되고, 산사태가 일어나며, 겨울엔 폭설이 내리는 등 끊임없이 자연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금년에는 6월 전국평균기온이 22.1로 평년보다 약 1가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1973년 이후 2005, 2010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기온에 해당한다. 특히 서울은 6월 평균기온이 24.1로 보통 7월 초순에 해당하는 값이다. 같은 기간 중 최고기온이 30이상인 날은 11일이었으며, 폭염주의보 기준에 해당하는 최고기온이 33이상인 날은 이틀이나 발생하였다. 때이른 더위로 인해 5월에는 전력예비율이 10%이하로 떨어져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었다.

또한 5월부터 시작된 가뭄이 6월말까지 이어져 논밭이 타들어가는 등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공급이 어려웠었다. 6월에 서울에 비가 온 날은 4일로 1907년 관측이래로 가장 비가 오지 않은 달로 기록 되었으며, 6월말 비가 오기 전 1일부터 28일까지 서울의 강수량은 2.4mm로 평년 119.3mm대비 2%에 불과하였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5월 이후 전국 강수량은 51.7mm로 평년(347.1mm)38% 수준이며 농업용저수지 저수율은 54%로 평년의 88%, 전년의 76%에 불과하여 충남·전남 일부 지역을 논 197ha(현재는 2ha)와 밭 26ha에서 가뭄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12일에는 국가 관련 부처와 지자체 관계관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가 개최되어 지난해 12월 마련된 가뭄대비 종합대책을 바탕으로 추진실적을 점검하고 향후계획을 논의하였다.

다행히 6월 말부터 장마전선이 북상하여 비가 내렸고 가뭄해갈에는 도움이 되었으나, 이번에는 장마로 인한 수해에 대한 걱정이 생긴다. 작년 광화문·강남역 침수 사건과 우면산 산사태 발생 사건이 아직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다. 기상이변과 급격한 도심화로 인한 불투수층의 증가로 인해 서울 곳곳에서는 침수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고, 서울뿐만 아니라 강원도 등 산간 지역에서는 호우시 지반약화로 인한 산사태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재해 예·경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우수유출저감시설을 설치하고, 하천과 하수도 및 펌프장 등의 시설을 점검함으로써 폭우 재난에 대하여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재난의 규모가 증가되었기 때문에 시민자율방재 및 대피체계 구축, 도시계획·설계에서의 방재 도입, 재난취약지역을 중심으로 한 방재시설물 기준 향상과 같은 대책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우면산 산사태를 계기로 산사태 발생 가능지역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각 해당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미흡한 상황이다. 따라서 위험지역에 대한 위험요소를 파악하여 해당 지역 거주 주민들에 대한 중장기적이고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우리 인간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왔다. 따사로운 햇빛과 물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제공해주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자연이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인류는 재난을 극복해 나갔고, 이러한 재난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점점 대형화되어가는 재난에 대하여 정부와 관련 기관의 재난 관련 종사자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전략으로 재발방지에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