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후에도 여전한 재난관리 문제점

 

20144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고대응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인 재난안전관리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같은 해 1119일 국가재난을 전담하는 국민안전처가 신설되었다. 국민안전처는 출범 이후 세월호 특별법제정, ‘국민안전의 날지정,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수립, ‘국가안전대진단실시 등의 다양한 안전대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526일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망 8, 부상 110), 1017일 분당 환풍구 추락사고(사망 16, 부상 11), 2015211일 인천 영종대교 연쇄추돌사고(사망 2, 부상 130)와 같은 대형 재난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발생한 사고의 대부분이 미리 대비했다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고, 시민들의 위험 불감증과 맞물려 더 큰 재난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아직도 우리나라의 재난관리에 많은 문제점들이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안전에 대한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사회가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그 이유를 재난관리에 대한 전문성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재난안전관리체계가 아직 본격적인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재난이 발생한 이후에야 대책을 수립하는 고질적인 악순환을 반복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난을 총괄 관리할 전문가 확보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상황에 따라 명확하고 신속한 대응을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골든타임을 놓친 이유를 재난전문가의 부재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재난 발생 시에 이를 컨트롤하고 지휘해야 하는 조직들이 현장경험도 없거니와 전문성도 부족하기 때문에 정작 사고가 발생하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고 이후 관련 대책을 취합해 발표하는 수준에 멈춰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의 역할론이 대두됐지만 여전히 각 시·군 및 기관별 컨트롤타워는 미흡한 수준이다. 전문인력이 배치되고 재난안전을 컨트롤하는 권한이 주어져야 하지만, 사람과 권한은 그대로인 채 명칭만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질적인 재난의 예방이나 대응책이 아닌 사후약방문식 대처방안만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재난관리에 대한 진정성 부족을 들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유형은 대응하기 어려운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보다는 안전의식을 가지고 제도를 정비하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인적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여 이를 실행하는 단계로 안전대책이 세워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원인 분석에서 대책 마련까지의 진행은 잘되고 있으나, 대책이 현행 제도나 법규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연구하고 이를 시스템적으로 제도화하여 현행 법규를 이에 맞게 고쳐야 향후의 유사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렇게 세워진 대책이 법규나 제도에 반영되기도 전에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흐지부지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재난안전의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미국의 경우에도 2005829일 카트리나라는 대재앙을 겪은 이후 뼈저린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확인된 사망·실종자 수만 2500명을 넘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재난을 겪은 뉴올리언스 주의 주립박물관에는 ‘Is This America?'란 제목의 칼럼이 게시되어 있다.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휩쓸고 지나간 후에도 며칠 동안이나 지붕 위에 갇혀 비참한 음식으로 연명하는 절망에 빠진 피난민들의 모습은 우리의 세월호 사태처럼 그것을 TV로 지켜보던 미국인들에게 충격을 넘어선 좌절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실제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모든 미국인들의 생각을 반영하듯이 시카고 트리뷴사의 칼럼니스트 클라렌스 페이지는 방송을 통해 여기가 정말 미국이 맞습니까?‘라고 탄식하였다. 이 사건 이 후 미국의 수많은 재난관련 제도와 규제가 법제화 되었고, 재난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마음가짐에 진정성이 생겨났다. 우리의 세월호 참사 때처럼 미국 역시 카트리나를 통해 재난관리의 수많은 허점들을 드러냈지만, 그들은 우리와 다르게 비극을 그냥 잊지 않고 자꾸 기억해냈다. 정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재난의 공론화와 시스템 개혁에 앞장서고, 시민사회가 공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여 여러 이해관계를 넘어선 결단을 내렸기에 재난을 통해 배우고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안전혁신마스터플랜을 통해 정부는 국가의 재난대응체계를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또한 끊임없이 발생하는 사회재난을 바라보는 국민들 역시 이제는 우리의 위험불감증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이런 움직임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민들이 주변의 위험상황에 민감해지고 안전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는 이 시기에 정부차원의 국민안전교육에 관한 정책수립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철을 가공하기 위해서는 빨갛게 달아올랐을 때를 놓치지 말고 때려야하는 것처럼, 안전선진국이라는 조형물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욕구가 고조된 이 때 집중적인 안전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이 종종 체념적인 어조로 사용되는 것과는 달리, 다시는 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소를 잃었을 때야말로 고장 난 외양간을 고쳐야한다. 한낱 미물인 소를 잃어도 많은 시간과 자금을 소모하며 그 틀인 외양간을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하물며 사람을 잃고도 진정성을 가지고 잘못된 제도와 인식의 틀을 고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국민의 안전을 고장 난 울타리 속에 방치 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