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2m 씽크홀 발생 행인 경상
토사유출 원인 두고 엇갈린 주장
시 "하수관 누수" vs 구 "공사 영향"
전문가 "지하철 과정서 발생 빈번"


광주 도심에서 발생한 2m 깊이의 땅꺼짐(씽크홀) 현상으로 행인 1명이 떨어져 다친 사고 원인을 두고 광주시와 관할 자치구 간 엇갈린 주장이 나오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동구는 인접한 지하철 공사장에 설치된 '토류판(흙막이 벽)'에서 생긴 틈으로 지하수와 함께 흙이 빠져나가면서 땅꺼짐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반면, 광주시는 사고 지점의 하수관 누수로 인해 흙이 쓸려갔다는 입장으로 향후 원인 규명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10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동구 지산동 모 주유소 앞 인도에서 가로·세로 140㎝, 깊이 210㎝ 크기의 땅꺼짐이 발생, 이 곳을 보행하던 60대 여성 A씨가 추락해 다쳤다. 추락 직후 스스로 빠져나온 A씨는 가벼운 찰과상 등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사고 사흘 전인 4일에도 같은 지점에서 가로·세로 60cm, 깊이 80cm 크기의 땅꺼짐이 발생해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의 바퀴가 빠졌다.

경찰은 최근 내린 폭우로 인해 다량의 토사가 유출되면서 동공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문제는 땅꺼짐 현상에 대한 동구와 광주시 도시철도건설본부 사이의 입장이 다르다는 점이다.

두 기관 모두 다량의 토사가 유출돼 땅꺼짐이 발생한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토사 유출 원인에 대해선 대립하고 있다.

동구는 두 차례의 땅꺼짐 모두 사고 지점 아래쪽 흙이 인접한 지하철 공사장 토류판에 생긴 틈으로 쓸려나가면서 보도블럭을 지탱하는 힘이 부족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재 지하철 공사에 적용된 'H-Pile 토류판' 공법은 공사비가 저렴하고 시공이 쉬운 반면, 별도의 차수공법이 필요하고 공사 기간이 길어질 경우 토류벽의 부식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광주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토류판에 틈이 생겨 토사가 들어간 것이 아니라, 공법상 앞토류판과 뒷토류판 사이의 단차"라고 반박했다.

이어 "땅꺼짐이 생길 정도의 다량의 흙이 토류판 단차 부분을 통해 들어오려면 하수관 누수를 비롯해 흙이 주기적으로 쓸려갈 만한 이유가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일 첫 번째 땅꺼짐이 발생했을 때 사고 지점의 하수도관(지름 65㎝)에서 누수가 확인됐고, 맨홀 뚜껑을 열어보니 바닥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시말해, 하수도관에서 누수가 발생해 지하철 공사장 토류판 단차 부분으로 토사가 쓸려가 땅꺼짐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설계 도면과 사고 현장을 비교해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사례처럼 지하철 공사 과정에서 빈번히 생기는 문제다. 원천적으로 차수 역할이 뛰어난 토류판을 사용하는 공법을 선정했어야 한다"며 "안전에는 충분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 조만간 2단계 공사도 착공해야 하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토대로 다시는 땅꺼짐이 생기지 않도록 비용과 공사 기간이 늘더라도 안전한 공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무등일보]